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한다고 하여 면접관으로 참여를 하였습니다.
오늘 면접을 보는 후보자는 영국에서 화상으로 연결하여 면접을 보는 백인입니다.
영국? 오우 ~ 이러면서 휴그랜트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50대 후반의 배가 나온 아저씨, 하지만 경력만큼은 한국회사들이 부러워하는 해외선진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네요.
사실 며칠전부터 이번 면접을 준비하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굳이 한국회사에서 근무를 하며 서울에 와서 일을 하려는 유럽인들이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유럽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을 더 성공한 삶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면접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너무 압박 면접처럼 보여질까봐 그냥 혀끝에만 담아 두었다가 어금니로 삼켜버렸습니다.
면접을 하면서 조금씩 알게되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선진국으로 인식이 되고 있구나 하는 점을요.
유럽 사람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성공한 삶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새로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무엇을 아나요"
"우리 회사에 대해서 무엇을 찾아보았나요"
이런 질문에도 막힘없이 술술 답변이 나옵니다.
사실 조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사람의 애국심이라는 것은 마른 우물에서도 지하수를 뿜어낼 정도의 강력한 무기이기에, 말라비틀어진 내 애국심을 다시 끄집어내준 시간이었습니다.
세계역사는 보통 전쟁을 기점으로 그 전과 후로 나뉩니다.
2차 세계대전은 그렇기에 미국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였고, 2차 세계대전 이전 세계의 패권을 유럽이 가지고 있었다면, 그 전쟁 이후 미국은 유럽을 제끼고 세계 1등 국가가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끈질긴 바이러스, 코로나19.
100년뒤 후손들은 우리의 역사를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누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로나를 잘 대처하여 의료강국, 국민성이 민주주의 저력을 보여준 나라 등으로 수식되는 한국이란 나라는 지금은 유럽인들에게는 가서 살고싶은 나라가 되었음이 분명해보입니다.
우리가 굳이 찾아보지 않고 우기지 않아도 미국이나 유럽 언론에서 이미 우리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다시 면접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면접을 본 후보자는 수십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때를 이야기 합니다.
그 당시 서울의 조그만 가게에서 만났던 사람을 아직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서울과, 지금의 서울을 비교하면서 회상의 시간을 가집니다.
파란눈의 백인 아저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괜히 그 옛날 어머니 손을 잡고 돌아다녔던 시골장터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장터가 아닌 이마트나 홈플러스로 나들이를 가겠지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그리고 다른 선진국에서 한국에 와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성, 그리고 안전한 나라.
결국 정부도 믿을 수 있고 사람들도 믿을 수 있다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회사앞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나무를 지나서 내 뒷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즐기고 있는데, 책을 손에 든 외국인이 나에게 다가옵니다.
어설픈 한국어로 내 옆에 1m 떨어져서 앉아 책을 읽고 싶은데 괜찮냐고 묻습니다.
흔쾌히 내 벤치의 끝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그에게 나머지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캄사합니다를 두번 반복하고는 앉아서 안경을 닦은 뒤 책을 읽기 시작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왜 저들이 한국이란 나라에 와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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