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남자 지구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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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온도가 영하 33도를 찍었다. 


외출전에 길게 자란 머리를 어루만지며 비니를 써 보았다가, 영 답답함에 몸서리 치며 그냥 비니를 벗어 버렸다. 

러시아의 아침은 그렇듯 바람 없는 냉동고에 들어간 듯한 느낌의 추위이다. 

한국에 비해 겨울에 바람이 적은 편이고, 특히 영하 30도 이하일때는 바람이 안 분다. 



DNS라는 전자상품 샵이 있다.

내 아파트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이다.

오늘은 스피커를 하나 살까 싶어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중이었다. 


참, 러시아는 우회전시에도 신호를 받는다.

행여나 횡단보도 건널때 녹색불 바뀌자마자 오른쪽만 보고 건넌다면 큰일 난다.

여기서는 내 귀도 눈이고 내 뒤통수도 눈이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휑하니 뛰어갈려는데,

할머니 한분이 나를 다짜고자 잡는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뭐지? 


"깍질,,,라?"


라고 멍청하게 내가 물었다.

이 순간에 How are u가 나오다니, 

러시아 엉망으로 배운 티가 난다. 


할머니가 10초간 총알 쏘듯이 말을 내뱉는다. 

말을 씹어서 뱉으니 나는 더더욱 이해가 안간다.


그순간 감이 왔다.

아 ~~~ 


비니를 안 썼다고 그러는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뒤집어 썼다. 


러시아에서 매년 겨울마다 추위때문에 뇌혈관이 터져서 사람 여럿 죽었다고 하더니,

그런 공포심이 이 사람들에겐 크게 와 닿았나 보다.

한국에서는 영하 10도 정도 되어도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는데 말이다. 


나도 목도리는 꽁꽁 매도, 머리에 뭔가를 쓰고 다니는 것에는 상당히 귀찮니즘을 보였었다. 


할머니의 따따따 뒤에 내가 비니를 쓰고,


"하라쇼?"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가던길 가신다.


"쓰바시바" 


외쳐드리고 나서 나도 DNS로 뛰었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문화를 익혀야 하는데,

추위를 무서움을 모르는 한국 남자에게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상황이었지만,

그 할머니는 정말로 내가 걱정되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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